제주경찰 지휘·감독 책임도 조사해야
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이 경찰의 허위보고와 초동 대응 실패 논란으로 번지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담당 경찰관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사건 종결을 승인하거나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지휘선상 책임자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밤 제주시 한림읍의 주거지를 나선 뒤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초 실종 신고를 처리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신고자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사건은 신고 접수 약 3시간 만에 종결됐고, 현장에서 탐문과 수색을 벌이던 경찰관들도 철수했다.
그러나 제주경찰이 뒤늦게 통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A경장이나 경찰서 전화로 장씨와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한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경장이 경찰 내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 장씨 관련 정보를 삭제한 정황도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은 A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허위보고 및 전산자료 삭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의 설명을 믿었던 가족은 장씨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약 두 달 뒤 다시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를 재개했을 때는 장씨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영상 상당수가 보존기간 경과로 삭제된 뒤였다.
장씨의 카드 사용과 휴대전화 통신, 병원 진료 등 생활 반응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장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것으로 파악된 한림항과 주변 해안가를 중심으로 집중 수색에 나섰다.
경찰과 해경, 민간인 등 하루 140여 명과 헬기, 드론, 수색견, 잠수부, 경비정 등이 투입됐지만 장씨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과 겹치며 주요 방송과 전국지 등을 통해 연일 보도되면서 전국적인 사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족이 공개한 장씨의 사진과 인상착의도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관계기관에 가용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종자 발견이나 사건 종결 처리 때 관리자가 실제 통화 여부와 대면 확인 결과 등을 재검증하도록 전국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절차를 보완했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A경장 개인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담당자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던 과정과 상급자의 승인·감독 여부, 실종 정보 삭제를 막지 못한 전산 관리체계 전반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에는 당시 실종수사팀과 형사과 지휘부를 비롯해 사건 종결 보고를 받거나 승인한 책임자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위보고나 부당한 종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정황이 확인되면 관련 책임자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등 형사책임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더라도 지휘·감독 소홀이 확인되면 중징계나 보직 해임 등 인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란과도 맞물리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 부실수사나 허위보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외부 수사기관이 재검증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종 사건과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법적으로 직접 연결된 사안은 아니다. 다만 경찰이 수사의 시작과 종결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내부 통제마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수사 오류를 바로잡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경찰청은 장씨 수색과 함께 허위 종결 및 전산자료 삭제 경위, 지휘·감독 책임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 한 명에 대한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할 경우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